14년 전쯤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현재의 기억 속엔 사실 그때 정확히 어떤 마음으로 어떤 계획으로 호주에 오게 된 건지가 명확히 드러나있진 않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군대 가기 전 이미 호주 어학연수가 계획돼 있었으니 한국에서 대학생활을 할 때였던 것 같다.
사실 유학이란 단어가 처음 나왔던 건 아마 중학생 때였던 것 같다. 어머니께서 미국에 계신 이모 얘기를 하며 유학 얘기가 나온 것 같다. 한창 바쁜 수험생활을 보내고 수능을 치고 한국에서 대학교 1학년을 보내게 된다. 대부분 그렇듯 점수에 맞춰서 그리고 내 실력에 맞는 대학에 들어갔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스스로 지금 다니고 있는 대학과 난 맞지 않다고 생각을 했다. 당연히 학교생활은 다분히 대학생활이 재밌어서 다녔던 것이지 학업에 뜻이 있어서 다녔던 건 아니었던 같다. 내가 꿈꾸던(?) 생각하던 미래와는 달랐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대학생활이었기에 많은 것을 잊고 살았던, 또는 많은 것을 잊고 살고 싶었던, 그 시절이었다. 대학생활 1년만 하고 군대에 갈 것은 정해진 것이기에 그냥 그렇게 모든 것을 잊은 채 보내고 싶었을 것이다. 즐기고 싶었나 보다. 보상심리였을까.
그럼에도 입대의 날짜가 다가올수록 그다음의 미래의 걱정도 함께 다가왔던 것 같다. 어떤 식의 생각들을 했었는진 기억나지 않는다. 그 당시 형이 군대에 있었으나 호주 어학연수를 준비를 하고 있었던가, 그래서 아마 나도 막연히 군대 전역 후에 어학연수 가야지 라는 생각을 했을지도 모른다. 내 주변에선 형을 제외하면 유학이나 어학연수나 그런 경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없었다. 1년짜리 어학연수도 스스로에겐 대단한 것이었고, 그래서 엄청난 스펙이 될 거라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영주권이나 심지어 Working Holiday가 뭔지도 몰랐던 때였다.
그땐 호주 하면 시드니였다. 캔버라가 호주의 수도였는지도 아마 몰랐을 테니까 말이다. 지금 내가 거주하고 있는 퍼스라는 곳은 그 당시엔 들어보지도 못한 미지의 도시였다. 그냥 형이 어학연수를 위해 갔기에 나도 가야 하는 곳이라 생각했다. 군생활을 하며 왜 어학연수를 해야 하는가 또는 왜 호주로 가는 걸까 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보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런 고민을 했던 흔적이 내 기억 속엔 없다. 말년 휴가를 나와서 제대로 즐기기보단 아마 다른 나라에서 새롭게 뭔가를 한다라는 사실에 설레고 있었을 것이다. 말년휴가 때 호주 어학연수 준비를 끝마쳤다. 전역 후 2주 뒤 퍼스행 비행기를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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