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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 Story

현재의 상황으로 미래의 함수값을 구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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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f(현재)?

현재의 상황으로 미래를 알 수 있다면 좋은 것일까.

우리 모두 현재의 상황을 생각하며 미래를 예측하고 꿈도 꾸고 절망도 하게 되는 것 같다.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선, 만약 할 수 있다면, 함수에 얼마나 많은 변수를 넣어봐야 하는 걸까...

 

나의 5년 전 10년 전 상황을 생각해본다.

과연 그때 생각하던 미래와 지금의 현재와 맞는 것이 있을까.

 

10년 전

2011년 11월...

호주에 온 지 만 2년이 다돼가는 시점이다.

대학교에서의 첫 학기가 막 끝나고 여러 감정이 뒤섞여있었을 것이다.

새로운 도전의 첫발을 내디뎠고 첫 학기가 끝났으니 약간의 성취감, 영어도 못하는데 과연 이렇게 3년 반을 더 버틸 수 있을까 하는 걱정, 내가 가는 길이 맞는 것인가 하는 걱정, 생활비를 벌긴 해야겠고 공부도 해야 하는데 일은 얼마나 하는 게 맞는지 걱정, 그래도 난 한국인이니 한국인으로서 잘해야 한다는 자존심, 그래도 난 잘 해낼 거라는 자만심인지 자신감인지 모를 그런 마음.

이런 여러 가지 마음이 있었지만 걱정이 주를 이룬 그런 시절이었다.

그땐 어떤 미래계획들이 있었을까.

내 기억이 맞다면 그땐 영주권이 뭔지도 몰랐을 것이고 대학만 졸업하면 한국에 돌아간다는 계획이었을 것이다. 10년 후의 계획이라 하긴 좀 그렇고 10년 후는 어떨까라고 생각했을 때 막연히 결혼은 했겠지 그리고 내 일을 하고 있지 않을까 정도였던 것 같다. 어떤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도 없던 그냥 회사에서의 일보다는 내 일을 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을 하던 시절이었다.

 

5년 전

2016년 11월...

여기서의 대학을 졸업한 지 1년 하고도 몇 개월이 지났다.

지금으로의 기억으로 이땐 절망을 맛보기 시작했을 때였던 것 같다.

7년 가까이 호주 생활을 했을 때였는데 스스로 영어에 대한 심각성을 간과하고 싶었던 것 같다. 누군가 7년 해외생활이라고 하면 이미 영어는 원어민 수준일 것이다 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심지어 대학까지 거기에서 졸업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난 그렇지 않았다. 대학교에 다닐 때에도 공대 수업이었으니 다른 전공보단 영어의 중요성이 그리 크지 않았다. 물론 불편함도 있었고 기대하는 성적도 받지 못했지만 영어에 신경 쓸 시간은 없었다. 아니, 그땐 그렇다고 믿었다. 영주권을 위해서 영어점수가 필요한데 그건 시험이니 그렇게 신경 쓸 일이 아니라 자만했다. 대학을 졸업 후 보상심리가 발동했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열심히 대학생활을 했었기에 느긋하게 좀 시간을 보내며 영어공부는 좀 천천히 해도 될 거라 생각했다.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영어점수는 그냥 평소처럼 시험 준비하듯이 하면 점수는 따라오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2016년 11월은 졸업한 지 1년이 훨씬 지난 시점인데 이때가지만 하더라도 영어점수는 아이엘츠 기준으로 each 7만 받으면 됐었다. 이때 내 영어점수는 overall 6.5에서 7.5 왔다 갔다 할 때였지만 each 7은 나오지 않고 있었다.

앞에서 언급했던 대로 절망을 맛보기 시작할 때였다. 늪으로 빠져들어가고 있지만 얼마나 깊은지는 모른 채 내가 늪에 빠졌구나를 느낀 것이다.

이때의 나의 계획은 이랬던 것 같다. 내 영어실력을 알았으니 뭐 수개월이면 점수가 나올 테고 1년 안이면 영주권이 나올 테니 일단 내 전공에 맞게 취직을 해서 배운 걸 써먹어보자. 아마 5년 뒤면 결혼도 했을 것이고 당연히 집도 있을 것이고 여유로운 호주 생활을 즐기고 있을 것이다. 일찍 일을 그만둔다면 내 일을 시작했을 수도 있겠다. 내 아이도 있을까?

 

현재

불행한 것인지 무엇인지 일단 10년 전 계획 5년 전 계획 그 무엇도 지금과 맞는 것이 없다. 물론 영주권은 받고 현재 호주에서 거주 중이지만 그때의 계획, 예상과 그리 맞아떨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생각해보지도 않은 삶을 살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지금 미래를 계획하지 않거나 예측하지 않거나 그러진 않는다. 늘 미래를 그리고 또 설계한다. 꿈이 크다 또는 현실성이 없다 라는 얘기를 듣기도 하고 긍정적이다 또는 대단하다 라는 얘기도 듣는다. 난 그러고 묻는다 너는 어떤 미래를 생각하고 있냐고. 이렇게 이렇게 살고 싶은데 현실적으로 그건 쉽지 않고 아마 이럴 거 같다 라는 형식의 이야기를 가장 많이 듣는다.

 

과연 현실적인 것은 무엇일까. 현재의 상황으로 어떤 미래까지 예측할 수 있을까.

현재, 5년 전 10년 전 예상하던 모습과 난 많이 다르지만 잘못돼가고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냥 다른 삶을 살고 있을 뿐. 아마 지금 내가 그리는 모습도 미래의 나의 모습과는 다르겠지만 그 또한 행복하게 살고 있을 것 같긴 하다. 그래도 알 수 있는 건 현재의 모습으로 미래를 알 수는 없다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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