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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 Story

응급실 5시간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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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 5시간 $1422

10년 전쯤이다. 한 여름밤이었던 것 같다. 복통에 떼굴떼굴 굴렀고 돈 없는 유학생에겐 앰뷸런스를 부르는 건 사치였다. 처음 있는 일이었기에 어떻게 해야 하는지조차 몰랐다. 지금은 기억이 나지도 않을 정도로 정신이 없었다. 밤쯤이었던 것 같은데 도저히 그렇게 밤을 넘길 수 있을 것 같진 않아서 응급실에 갔다.

 

간이침대에 누웠고 의사인지 누군가 간간히 와서 배를 꾹꾹 누르며 질문을 했고 영어도 못하는 난 어떻게 대답을 했는지도 기억이 나질 않는다. 숨을 헐떡이고 있으니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내쉬라고 했던 것 같다. 누워 있는 사이에 진통제 같은 것을 먹은 듯하다. 나중에 Bill을 받고 나서야 알았지만 x-ray와 피검사도 했던 것 같다. 일단 병원에선 무엇 때문인지 알 수는 없다고 했다. 진통제의 효과로 잠깐 괜찮아졌던 걸까 입원은 하고 싶지 않다고 해서였을까. 집으로 돌아왔고 계속 복통이 이어졌지만 해가 뜰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영어가 심히 부족했던 나는 한국인 의사를 찾아 갔어야했다. 잠깐 배를 만져보고 하시더니 간단했다. 장염이라고 했던 것 같다. 처방받은 약을 사서 복용했다. 많은 시간이 지나지 않아 복통은 사그라들었고 그렇게 해결이 됐다.

 

복통은 해결됐으나 해결되지 않은 병원비가 있었다. 지금도 같은 방식인지는 모르겠는데 그땐 일주일쯤 시간이 흘렀나 병원비가 우편으로 청구됐다. 그때 봉투를 열어 청구서를 확인했을 때 정말 내 눈을 의심했다. 내가 응급실에서 입원을 했던 것도 아니고 5시간 남짓 간이침대에 누워있었을 뿐인데 청구된 금액은 $1422이었다. X-ray, 피검사 비용 등등이 같이 포함돼있었을 것이다. 그 당시 형과 같이 지내고 있었는데 한달 생활비가 그것보다 적을 때였다. 너무나도 암담했으나 학생비자용 보험 들어놓은 것을 기억해냈고 안 되는 영어로 열심히 Policy를 읽고 병원비 claim을 했다. 그러곤 정말 다행히도 100% payback을 받을 수 있었다. 물론 GP 상담 $60과 약값도 그 당시 굉장히 큰돈이었지만 응급실 비용을 내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별거 아니게 넘어갈 수 있었다.

 

이때의 기억은 나에게 너무나도 충격이었다. 아마 그 이후부터 절대 아프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살아왔던 것 같다. 영주권 취득 이전에 여러 번 비자가 바뀌었었는데 늘 금전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았었고 보험가입이 필수가 아닌 상황에선 개인 건강보험 가입을 하지 않았었다. 그래서 더욱 아프지 않아야 한다고 늘 생각하며 살았던 것 같다. 누군가 보험 가입으로 고민을 한다면 최소한의 건강보험이 최소한 아플 수 있는 권리를 가져다 줄 거라고 말해주고 싶다. 우리는 아플 수 있는 권리가 있어야 한다.

 

호주에 있다보면 늘 하는 얘기지만 한국의 의료시스템은 정말 대단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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