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가 많아지면 행복할까?
얼마 전에 호주에서의 생활비에 대해 글을 적으면서 내가 그동안 얼마큼 쓰고 살았는지를 떠올려봤다. 그리고 생활비에 따라서 생활은 어떻게 달라졌는지 생각을 해보게 됐다. 보통 수입에 따라서 행복도를 연관시키게 되는데 돈을 쓰는 정도에 따라 행복도가 달라질지에 대해서 얘기를 해보고 싶다.
생활비 월 $800
아마 내 기억에 가장 돈을 쓰지 않았을 때, 또는 다르게 말해서 돈을 쓰지 못했을 때 한 달에 $800 정도 썼던 것 같다. 시기상으로는 대학생 한창 바쁜 시기일 때, 그리고 대학 졸업 후 한창 영어시험 준비를 하고 있을 때의 생활비가 이 정도 됐던 것 같다. 난 대학교 4학년 때보다 오히려 2, 3학년 때가 더 바쁜 시기였다. 졸업 논문과 졸업 프로젝트를 3학년 때 했었고 중요한 과목들도 2, 3학년 때 하게 돼서 그런 것 같다. 내 기억에 2학년 땐 연애도 하지 않은 (못한?) 시기였었던 것 같은데 그때의 생활비가 월 $800 정도였다. 물론 나중에 영어시험을 한창 칠적에도 시험비용을 제외하면 월 $800 정도가 유지됐던 것 같다.
그땐 생활에 필요하지 않은 곳엔 소비자체를 하지 않았었고, 사실 돈 쓸 여유조차 없는 시기였다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 대학생 땐 금전적인 소비를 하진 않았지만 좋은성적으로 대학을 졸업하자는 목표가 있었고 그 이후 시험준비를 할 땐 영주권을 위한 영어점수를 받는 것이 목표였다. 둘다 최저 생활비였지만 대학생땐 어떻게든 시간이 지나면 결과가 어떻든간에 끝이나는 기간이었고 영어시험 준비를 할 땐 목표점수가 나오기 전까지는 끝이나지 않는 상태였다. 그래서 소비패턴은 비슷하게 최저수준을 유지했으나 대학생땐 학기가 지나감에 따라 성적표를 받고 작은 성취감들을 쌓아갔었다. 반대로 영어시험준비를 할 땐 언제 끝이 날지 모르는 어두운 터널을 걷는 기분이었다.
이렇게 소비패턴은 비슷했지만 행복함에 있어서는 극명히 달랐던 것 같다.
고삐 풀린 소비
마지막 PTE 시험이 끝이 나고 영주권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 큰 절제를 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스스로에게 말했다. 난 이제 현재 가지고 있는 현금이 없어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생각을 했고 난 이제 하고 싶은 거 다 할 거라는 다짐을 한다. 하지만 습관이라는 건 쉽게 바뀌지 않았다. 쓰고 싶은 곳 다 쓰는 게 외식이 전부였다. 영주권 발급되기 전까지 한국에서 시간을 보냈는데 잘 먹고 놀러 다니는 것이 전부였다. 그땐 정말 큰 산을 넘었다는 생각에 그냥 모든 것이 아름다워보였다. 그 땐 그동안의 힘들었던 것을 보상한다는 의미로 많이 쓴 것 같은데 물건을 사고 그랬던 것이 아니라 그런지 식비를 제외하곤 과거의 소비패턴을 벗어나지 않았었다. 하지만 가장 행복했던 기간들 중에 하나이다.
생활비 vs 행복?
물론 지금은 위에서 고삐 풀린 소비라고 적었지만 그때보다도 생활비만 따졌을 땐 더 많은 소비를 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도 쓸데없는 곳에 소비를 하고 있지는 않다. 돈을 써서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다면 마땅히 그러려고 할 정도이다. 그런데 월 $800을 쓸 때보다 행복한가라고 스스로 물어봤을 땐 또 꼭 그렇진 않다고 대답할 것 같다.
얼마를 쓰고 있다고 해서 더 행복하다거나 하진 않은 것 같다. 이전엔 생활비의 크기는 생활수준이라고 생각했고 생활수준이 높아지면 행복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상관관계를 찾기가 쉽지 않다.
늘 행복에 대한 길을 찾으려고 한다. 행복도 감정의 일부분이고 감정이란 건 늘 상대적인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굳이 생활비 자체로 행복을 연결시키고 싶다면 연결시킬 수도 있을 것 같다. 저번 달에 $2000을 썼었는데 소비를 조금 늘려서 이번 달에 $3000을 썼다면 비교적 여유로운 생활, 또는 평소에 하지 않던 어떤 소비로 인해서 행복함을 느낄 순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정도의 생활비 또는 생활수준을 유지하게 된다면 또다시 그 감정을 무뎌질 것이므로 행복하다곤 할 수 없다. 반대로 다시 수준이 떨어지게 된다면 오히려 불행하다고 느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