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과 외로움 그 어디쯤
소리 내어 엉엉 울면 좀 개운해질까 라는 생각을 했지만 주변에 동료들이 있어 그럴 수가 없다.
오늘은 가장 친한 친구 둘의 결혼식이다. 신랑과 신부가 나의 아주 오랜 친구들이다. 물론 당연히 참석하지 못했다. 이게 당연한 일이 될 거라곤 미처 몰랐다.
그제부턴가 친구들과의 주된 대화는 결혼식이었다. 자연스레 내 정신은 온통 결혼식에 집중됐고 뭔가 마음이 뒤숭숭해졌다.
이민을 고민했을 때 가장 큰 걸림돌이 가족과 친구였다. 그러면서도 스스로를 설득했던 건 호주에 있다면 한국에서의 삶보다 더 여유가 있고 시간에 대한 자유가 더 있을 테니 보고 싶으면 언제든 가서 보면 되지 않겠는가 라는 말이었다. 그땐 지금의 상황을 꿈에서조차 상상해 본 적이 없었다. 물론 결혼날짜가 정해졌을 때부터 예상을 못한 건 아니지만 내가 있어야 할 자리에 있을 수 없는 상황에 친구에게 무척 미안했다. 사실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난 아직 한 번도 친한 친구의 결혼식에 참석한 적이 없다. 1년에 한 번씩은 한국에 들어갔었지만 늘 친구들의 결혼식 날짜와 겹쳐지긴 힘들었다. 그뿐이겠는가, 부모님 두 분 환갑 때도 난 호주에 있었다. 이번은 어쩔 수가 없어 라고 했던 일들이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었다.
오늘의 친구 결혼식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내 정신을 뒤흔들어놓았다. 계속 스스로에게 난 왜 여기에 있는 것인지, 무엇을 위해서 여기에 있는 건지, 과연 내 삶에 이런것들보다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이 있길래 한국이 아닌 여기에 있는 것인지 다시금 물어보았다. 정리가 잘 되지 않았다. 내가 하고 있는 계획대로만 흘러간다면 미래에 더 큰 것들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라고 생각해보지만, 그럼 과연 그 큰 것들은 무엇인가. 이 막연한 예상이 또는 이 미래의 계획이 내 현실이 되지 않는다면, 또는 그것이 현실이 된다고 한들 그 보상들이 과연 지금의 공허함을 채워줄 수 없다면 어떻게 되는 것인가.
볼 수 있는 데 보지 않는 것과 볼 수 없는 것은 다르다. 돈이 있는데 사지 않는 것과 돈이 없어서 사지 못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한국에 있어도 요즘 다 바쁘니까 예전만큼 친구들, 가족들을 자주 볼 수 없다 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하지만 볼 수 있는 데 보지 않는 것의 다른 말은 언제든 볼 수 있다는 말과도 같다. 다들 한국에서 바쁘지만 오늘의 신랑 신부의 가족과 친구들은 오늘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모였다.
평소에 어떤 것이 그리운 감정인지 외로운 감정인지 크게 느끼질 못했다. 그래서 어떤 감정을 그리움이나 외로움으로 묘사 할 수 있을지 잘은 모르겠으나 오늘의 감정이 거기에 아주 가깝지 않을까 생각한다.
감정들이 뒤섞여 속을 헤집고있나보다. 난 지금 그리움과 외로움 그 어디쯤에 있는 것 같다.